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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소설 한 권을 끝까지 다 보았다. 역시 소설은 영혼을 치유하는 힘이 있었다. 오랜만에 따스한 위로를 안겨준 소중한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고슴도치의 우아함(양장본) 상세보기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 아르테 펴냄
쉰네 살 수위 아줌마와 열두 살 천재소녀의 감동 어린 만남이 시작된다! 콧대 높고 못생긴 수위 아줌마 르네와 자살을 결심한 열두 살 천재소녀 팔로마의 기상천외한 발상을 그린 장편소설. 파리의 중심 지역이자 부자 구(區)의 하나인 6구와 7구는 예로부터 귀족들의 저택(hotel)과 살롱이 모여 있던 상류층 지역인 쌩 제르멩 데 프레가 있는 곳으로 현대와 고전이 공존하는 부자 동네이자 멋진 동네이다. 그곳을 관통하는 총

※ 스포일러입니다~~ 영화도 아니고, 소설의 줄거리를 말이에요~!! ^^;;

여기, 두 명의 여자가 있다. 둘은 같은 고급 빌라 아파트에 살지만 층 수는 다르다. 먼저 1층 어두컴컴하고 좁은 수위실에서 사는 54살 과부 아줌마 르네이다. 다른 주인공 팔로마는 12살 어린 소녀로, 6층을 통째로 쓰는 부유한 국회의원 집 막내 딸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는 파리 그르넬가 7번지, 그러니까 한국의 강남구 청담동에 비견되는 부유한 동네에 위치해 있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수위 아줌마와 12살 어린 소녀, 이렇게 안 어울리는 두 주인공은 번갈아가며 일기를 쓰듯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얼마지나지 않아 독자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나이와 사회적 지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여자가 얼마나 닮았는지. 아니 닮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들은 '영혼의 자매'였다.

둘의 가장 큰 공통점은 놀라운 지성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장관, 교수와 같은 최고의 지성인들을 비웃고 조롱할 정도로 놀라운 지성 말이다. 12살 소녀와 수위 아줌마가 지성이라니. 위선과 허례허식으로 가득찬 기득권에 대한 의외의 도전이 신선하고, 통쾌하다.

두 주인공의 예리한 통찰력과 지혜는 소설 곳곳에서 유쾌하게 번득인다. 이를 테면, 12살 소녀 팔로마가 바라본 엄마는 기품이 넘치는 우아한 귀부인이 아닌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걱정과 희망이 뒤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생의 나약함을 의식하고, 불쑥 닥칠 사고들을 걱정하지만, 동시에 해야만 했던 것을 했다는 것, 양육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것에 대한 만족을 느낀다. 사람들은 이에 안도감을 느끼고, 어느 순간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그렇게 삶을 본다.


이에 반해, 팔로마의 눈에 비친 미셸 부인, 즉 르네 아줌마는 매우 특별했다.

미셸 부인... 어떻게 말해야 될까? 그녀는 지성으로 번득인다. 그런데도 그녀는 노심초사, 그래, 그녀는 수위처럼 연기하려고, 그리고 멍청하게 보이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훤히 보인다. 미셸 부인, 그녀는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겉으로 보면 그녀는 가시로 뒤덮여 있어 진짜 철옹성 같지만, 그러나 속은 그녀 역시 고슴도치들처럼 꾸밈없는 세렴됨을 지니고 있다고 난 직감했다.

숨어서 지내는 고슴도치 르네 아줌마의 눈에도 곧 팔로마의 '아주 드문 재능'이 포착된다.

애들 중에는 어른들을 주눅 들게 하는 아주 드문 재능을 지닌 애들이 있다. 그런 애들의 행동거지는 어느 것 하나 또래 애들의 표준에 부합하는 것이 없다. 걔들은 너무 심각하고, 너무 진지하고 너무 침착하고, 동시에 지독할 정도로 예리하다. 그래, 예리하다. 팔로마를 찬찬히 뜯어보니 날이 선 듯한 명철함과 차가운 통찰력이 보였지만 속물 콜롱브에게 인류의 판사 같은 여동생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일단 판단을 유보하기로 했다.

너무나 뛰어난 재능을 지녔기에, 어린 소녀 팔로마는 불행하고 고독하다. 그녀는 끊임없는 고민은 이렇다. 과연 "내 삶을 내 부모의 정원이 아닌 다른 정원으로 가꿀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언제나 부정적이었기에, 팔로마는 집에 불을 지르고 자살을 하기로 맘 먹는다. 하지만 르네 아줌마와 우연히 우정을 나누게 되고 그 속에서 뜻밖의 깨달음을 얻는다. 

미셀 아줌마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리고 그녀가 우는 것을 보면서, 특히 그녀가 내게 그 모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얼마만큼이나 그녀를 좋게 만드는지를 느끼면서, 난 어떤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내 주위의 그 누구에게도 잘해줄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고통스러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아빠, 엄마, 특히 콜롱브(언니)를 원망했는데, 왜냐하면 그들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없었고, 난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병이 너무 깊고, 나는 너무 약하다. 나는 그들의 증세를 잘 보고 있지만, 그들을 치료할 능력이 없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나 역시 그들처럼 병자로 만들었는데, 난 그걸 알지 못했다.

르네 아줌마를 통해서 자살 대신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된 팔로마. 그녀는 이제 다른 이들을 구할 수 없다고 슬퍼하는 대신에, 치료할 수 있고 구원받을 수 있는 자들을 돌보기로 결심한다. 오직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서. 그녀의 고민은 이제, 의사와 작가, 둘 중에 무엇이 되어야 할까이다. 둘 다 사람을 치유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것 같던 소설은 겨우 몇 페이지를 남겨 놓고 갑자기 방향을 바꿨다. '돌연한 죽음', 올 것이 온 것이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소설의 마무리는 가슴을 울렸다.

죽음을 앞두고 소중한 이들에게 차례로 고하는 작별의 인사는 너무도 눈물 겨워 가슴이 절로 미어진다.  이어지는 팔로마의 '애끊는 심정'과 깊은 깨달음.

난생처음 나는 '다시는'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느꼈다. 그건 끔찍하다. 우리는 하루에 이 단어를 백 번씩 발음하지만, 진정한 '더 이상... 다시는'에 직면해보기 전에는 우리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중략)
이 저녁에, 속이 뒤죽박죽이 된 채 그걸 생각하면서 나는 결국, 그게 어쩌면 인생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즉, 생은 많은 절망이 있지만, 또 다른 종류의 시간인 아름다움의 몇 순간들도 있다. 마치 음악의 한 소절이 시간 속에 일종의 괄호와 정지를, 바로 여기 속의 다른 곳, '다시는' 속의 '언제나'를 만드는 것처럼.
그래, 바로 그거다. '다시는' 속에 있는 '언제나'.

소설은 결국 팔로마의 절절한 고백으로 끝맺는다.

걱정 마요, 르네. 나는 자살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아무 것도 불태우지 않을 거예요.
당신을 위해 나는 이제부터 '다시는' 속의 '언제나'를 추적할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건 바로 이 세상 속의 아름다움.

이 소설을 덮을 때 쯤에는 독자들도 절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게 되리라고 믿는다.

P.S

1. 뮈리엘 바르베리, 노르망디에서 철학 교사이자 소설가로 살고 있었다는 그녀. 이번 기회에 발견한 최고의 작가이다. 더군다나 그녀의 전작은 제목만으로도 날 너무도 흥분시킨다. 아 어서 이 소설도 봐야겠다. 꼭!! 벌써부터 두근두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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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 황금가지 펴냄
세계 음식책상 문학 부문과 바쿠스상을 수상한 뮈리엘 바르베리 장편소설. 미각에 새겨진 삶의 진실을 철학적인 각도에서 바라본, 요리의 천국 프랑스가 낳은 또 다른 소설의 세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가장 본원적인 미감의 원천인 맛, 거기에 타인과 나의 관계, 욕망, 가치라는 주제를 변주해 내었으며, 가장 일상적인 것, 그렇게 때문에 가장 낭비일 수 있는 것을 통해 삶의 문제를 다루었다.

2. 소설을 보는 내내 아주 약간은 입맛이 쓰기도 했다. 바로 일본 문화에 대한 작가의 경탄과 찬미 때문... 우리나라 문화가 일본 못지않게 꽃피어 서양인들의 정신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최소 소득 3만불 시대가 열려야 할까. 그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뮈리엘 바르베리의 소설에 메밀 소바와 스시 대신, 김치와 불고기가 등장하게 될 그날이 기다려진다.

3. 번역의 문제가 좀 있다.. 소설 중간 중간 올바른 문법이나 어법의 묘한 뉘앙스로 사람의 교양 수준을 지적한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이건 도저히 우린 이해하기 힘든 부분같다 ㅡㅠ 아쉽지만.. 이 부분은 패쓰~하고 읽어야 할 듯. 

Posted by 에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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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가오 2008/04/01 1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이 책 보고 싶었는데, 서평보니 더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