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어떤 형태로든 흔적이 남게 된다. 살인의 경우엔 살인이 일어난 장소에 선명한 핏자국이, 발견이 늦은 시체의 경우엔 부패의 흔적이.
시체의 흔적을 깨끗하게 지우는 일을 하고 있는 특수청소부 레이와 준야.
그들이 그날 의뢰받은 일은 욕조 속에서 녹아버린 시체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죽은 건 쓰시마 에미.
그녀는 욕조속에서 죽었고, 사후 2개월 동안 그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채 욕조 속에서 녹아버렸다.
그녀가 남긴건 욕조 바닥에 가라앉아있던 휴대전화.
에미는 죽기 전에 누구에게 무슨 얘기를 하려했던 것일까?
그리고 그녀가 남긴 흔적을 토대로 찾아낸 '쓰시마 에이미'란 이름!
어둠 속에서 쓰시마 에미가 속삭인다.
"왜 나는 죽어야만 했던 거지...?"
준야는 영혼의 존재를 보거나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른 날과 달리 욕조속에서 죽은 에미는 준야에게 수많은 메시지를 보내온다.
과연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는 정말 자살한 것인가?
<콜링-(어둠 속에서 부르는 목소리)>(스튜디오본프리,2008)은 섬뜩한 겉표지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여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고 있지만, 추리소설보단 호러이야기에 가까울 것 같았다. 책 속 문장들은 상상력이 마비되길 바라는 만큼, 소름끼치는 부분도 있었다.
"걸쭉한 검붉은 물에 짙은 갈색 피부와 하얀 지방이 떠 있었다.
24세의 여자는 욕조 안에서 녹아 버렸다.
욕조 바닥에는 휴대 전화가 떨어져 있었다.
여자와 함께 휴대전화도 죽어 고요히 침묵하고 있었다."
"옷장 안은 젊은 여성의 향기로 가득했다.
살아 있을 적의 그녀는 식물처럼 좋은 냄새를 풍겼다.
그것이 끝내는 누구나 얼굴을 돌리는, 악취 풍기는 썩은 살이 되고 말았다."
반면 가장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던 점은 책 속 한국에 대한 비판이다.
그녀 죽음의 열쇠는 성형부작용으로 초점이 맞추어지고, 작가는 한국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시작한다.
TV보도 이후 화제가 되었던 '선풍기 아줌마' 이야기를 하며, '한국에선 10명중 1명이 성형을 한다'는 이야기를.
한국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던 '선풍기 아줌마'가 세계에서도 유명해진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여러번 언급되고, 스스럼 없이 받아들이기엔 한국인이라며 어려울 듯 하다.
저자는 쓰시마 에미의 처참한 고독사(孤獨死)를 통해 겉모습만을 중시하고 인간적인 유대감은 점점 엷어져 가는 현대사회의 사회적 병리를 여과 없이 드러내었다.
저자의 다른 책 역시 사회문제에 초점을 맞추듯 외모중시 풍조를 <콜링>에서 시사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 웹 서핑으로 에미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 중 사이버 공간 상의 문제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현대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해져 오는 고독한 동료들이 맞이한 비참한 결착에 대한 소식을 접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쩌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스로의 고독을 앞세워 남을 돌아볼 여유 같은 것은 없다며 애써 그런 목소리들을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내 말을 들어줘. 나를 돌아봐줘. 날 잊지 마. 그런 처절한 영혼의 ‘부름’을. 그것이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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