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 똑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이를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시험에서 1, 2등이 결정된다. 무조건 잠을 줄이고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은 극히 비효율적인 방법일 뿐이다. 누구나 잘 아는 이야기지만, 막상 학부모가 되면 아이에게 먼저 잠부터 줄이고 무조건 책상 앞에 앉아 있으라고 주문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조바심을 잠재워줄 혁신적인 공부 방법인 ‘몰입적 사고’를 제안하고, 이를 설명한 책의 저자, 서울대 황농문 교수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그가 최근에 펴낸 책, [몰입] (랜덤하우스. 2007)의 저자 강연회가 지난 28일 광화문 교보문고 이벤트홀에서 열린 것이다.
직장인,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강연을 활발히 하고 있는 황농문 교수는 ‘몰입적 사고’로 기업 경영과 영재 교육을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몰입’은 저자인 황농문 교수가 처음으로 강조한 개념은 아니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몰입교육’이라는 말을 들어보기도 했을 것이다.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인 미하이 칙센트마하이가 오래 전부터 강조해 온 몰입(Flow)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자기 자신이 누군지 조차 잊고서 어떤 대상에 완전히 빠져든 상태’를 뜻한다.
저자인 황농문 교수는 이에 ‘생각하기’를 덧붙여 강조한다. 열심히 무엇인가를 하는 몰입이 아니라, 열심히 ‘생각’하는 몰입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의 표지에 써있듯, “이제는 Work hard가 아니라 Think hard의 시대”이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황농문씨의 지나온 삶이 바로 이 몰입적 사고의 성공적인 예이다. 그는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수학 문제가 안 풀리면,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계속해서 생각해서 결국 그 문제를 풀어냈다. 오직 자신의 힘으로 풀어내고 싶은 오기가 있었기에, 아무리 답이 보고 싶고 궁금해도 꾹 참았다.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몰입 교육을 몸소 실천해온 것이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하기까지 이러한 몰입적 사고는 그의 가장 큰 무기가 되었다. 대학원 연구실 생활을 통해, 50년 이상 재료공학 분야에서 그 누구도 풀지 못한 난제들을 해결하는 쾌거를 올리게 된 것이다. 몰입적 사고를 통해 그가 정립한 '하전된 나노 입자 이론'은 한국과학총연합회에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온 몸으로 몰입적 사고의 효력을 체험해 온 황농문 교수는 이를 보다 널리 알리고자 책을 펴내게 되었다. 강연회에서 황농문 교수는 몰입을 통해 뛰어난 업적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능력을 100% 활용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지극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놀아도 몰입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몰입하지 않으면 행복을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해야 할 일을 남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 바로 몰입입니다. 몰입적 사고야말로 잠재되어 있는 우리 두뇌의 능력을 첨예하게 깨우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사실을 깨닫고 몰입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내 안에 숨어 있는 천재성을 이끌어내고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을 만나는 일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겁니다.”
이어서 그는 몰입적 사고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동기 부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매우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만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행복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을 좋아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대학원 시절 자신이 하고 싶었던 연구과제가 선정되지 못하여, 다른 사람의 연구과제를 대신 떠맡게 되었는데, 이에 ‘의도적으로’ 몰입함으로써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이며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는 희열감도 누릴 수 있었다고 했다.
강연이 끝나자, “아이들이 몰입을 하려면 어떻게 하도록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학부모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그는 “어린 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수학 문제를 내면 좌절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너무 쉬워서 답이 뻔히 보이는 문제를 내면 흥미를 쉽게 잃어버리게 되죠. 적절한 난이도의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혼자서 스스로의 힘으로 풀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한 문제에 대해서 오랫동안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학부모가 답답한 마음에 쉽게 답을 알려주거나, 문제 푸는 요령을 가르쳐 주어서는 아이들은 절대 몰입적 사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 아이들은 무척 막막해하고 힘들어하겠지만, 그 감정을 극복하고 계속 생각하면 뇌의 시냅스가 활성화됩니다. 그러다 보면 뛰어난 영감이 갑자기 떠오르고, 이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면 엄청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거지요.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몰입적 사고를 하는 훈련이 되는 것입니다. 창의력은 자기 능력의 한계를 넘어설 때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결해 낸 것을 대견해하고, 계속 훈련하면 결국 생각하는 힘을 통해 창의력이 발전하게 됩니다.”
이어서 그는 “좋은 교육은 책에 없는 걸 해결하는 방법, 즉 생각하는 방법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명문대도 결국은 생각하도록 시킵니다. 이게 유태인들의 교육 방법이기도 하죠. 아이들은 생각하는 순간, 발전합니다.”
좀 더 구체적인 자녀 교육 방법을 묻자, 그는 초등학생에게 분수 계산을 가르칠 때를 예를 들어 몰입 교육 방법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통분의 개념을 알지 못하는 초등학생에게 ‘1/2’와 ‘1/4’를 더하라는 문제를 제시하면 처음에는 무척 당황하고 답답해 하겠지만 이를 견디고 계속 생각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목표를 부여하고, 생각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생각 끝에 결국 통분이라는 개념을 깨우쳐, 커다란 벽을 넘는 체험을 한 아이들은 결코 이를 쉽게 잊어버리지 않으며 수학에 좀 더 자신감과 흥미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문제를 풀 때마다 자아 실현의 희열을 느낄수록 아이들은 스스로 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이는 결국 창의력 개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때 진정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거듭 역설하는 황농문 교수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에 출간한 책, <몰입>은 주로 몰입적 사고의 중요성과 개념 설명을 했으나, 다음 책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몰입적 사고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은 학부모라면, 그의 다음 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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