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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상세보기
석영중 지음 | 예담 펴냄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 담긴 '돈' 이야기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는 '돈'이라는 코드를 통해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세계를 재해석한 책이다. 노어노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강의를 통해 학생들과 함께 공감하며 도스토예프스키를 재미있게 읽은 현장 경험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인간적인 생애와 돈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소설들을 넘나들며, 통찰력이 빛나는 도스토

고전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도전하고픈 대상이자, 정복해야 할 목표다. 아동용 쉽게 쓰여진 고전에서부터 원본 번역서까지 수많은 고전 관련 책이 출간되었지만, 과연 그 중 몇 권이나 읽었을까?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 수능을 위해 읽었던 책의 줄거리는 가물가물하며, 교훈은 잊혀진지 오래이다.

 

특히, 얇고 보기 쉬운 고전이 있는가 하면, 1000페이지를 넘는 두꺼운 책이라면 읽기 전부터 겁이 덜컥 나기도 한다. 고전을 읽을때는 다른 소설과 달리, 심오한 기분이 들곤 했다. '어떤 책이길래 고전이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과 '교훈이 무엇인지', '중심소재는 무엇인지' 하는 분석을 자꾸만 하게 되는 것이다. 어려움을 느껴서일까? 고전은 점점 도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잔인한 천재, 대문호, 영혼의 선견자, 예언자 등등 어마어마한 수식어와 함께 알려진 '표도르 미하일로 비치 도스토예프스키' 그의 책은 읽기 어려운 고전 중 하나였다. 유명한 작품들이 많지만, 그 중 읽은 건 '죄와 벌' 정도다.

 

1000페이지를 넘는 두께에 '스키'로 끝나는 괴상하고 긴 이름들, 게다가 한 등장인물이 5페이지에 걸쳐 혼자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내용들은 쉽사리 책장이 넘어가질 않았다. 고전으로 선정된 그의 작품들을 많이 읽고 싶었지만, 아직 그의 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

 

누군가 그의 작품을 해석하고, 쉽게 풀이해준다면 책 속 숨겨진 사상과 이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나에게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예담,2008)은 눈에 쏙 들어오는 반가운 책이었다. 대문호가 돈때문에 작품을 쓴 것일까? 의아했지만, 프롤로그의 소개글을 보며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속에 중심 소재는 늘 '돈'이었고, 그 돈으로부터 철학과 사상과 예술을 빚어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건 돈이라는 소재 자체가 가장 통속적인 동시에 가장 철학적일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는 소설 속에서 돈에 관해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첫째, 돈은 자유다.

둘째, 돈은 시간이다.

셋째, 돈은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고리다.

넷째, 돈은 힘이다.

얼핏 보면 돈을 숭배하는 물질주의자 같지만, 사실 그는 돈을 증오했다. 준엄하게 돈을 꾸짖었다. 한마디로 노예제이며 노예주와 노예 모두를 타락시킨다는 것이다.

 

그럼, <죄와벌>의 경우를 살펴보자.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며 치밀한 소설은 당시 러시아에 만연해있던 공리주의, 합리적 이기주의, 실증주의, 사회주의 등등과 맞물리며 주인공의 고뇌는 심리학적 차원에서 분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상과 심리학, 종교 등등을 접어두고 범죄라는 차원에서 소설을 다시 읽다보면 돈이 가장 중요한 동기로 부상하게 된다. 주인공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계기도, 주변인물들의 범죄도 모두 돈에 얽매이는 노예로 전락하면서부터 시작 된다.

 

죄와 벌의 간단한 줄거리는,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가 사악한 전당포 노파를 죽여 그 재산으로 수백, 수천의 사람을 극빈에서 구원해 주기 위해 노파뿐 아니라 노파의 여동생까지 살해하게 된다. 그러나 살인 후 그는 고통과 고독의 부자유로 몸부림친다. 목격자도 물증도 없지만, 날카로운 판사는 심리적 차원에서 주인공을 의심하고 그에게 자백을 종용한다. 우연히 알게 된 매춘부 소냐도 또한 그에게 영혼의 부활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는 결국 죄를 고백하고 시베리아 유형길에 오르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참다운 구원의 빛을 찾게 된다.

 

죄와 벌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모두 삶의 궁핍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리고, 자신의 한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당당하게 살인을 서슴치 않게 되지만, 결국 삶이 파탄으로 이어진다.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7작품을 분석하고 있다. 한 작품당 50페이지 가량의 분량으로 돈을 위해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인물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이야기한다. 줄거리를 이야기하며 함께 사상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하고 있고, 각 소설 내용 속 인물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심오하게 전개되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돈을 통해서 소설 내용을 분석하는 것은 철학과 종교를 기반으로 하는 고전 소설들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유명해서 제목만 익히 알고 있는 러시아 대문호의 소설을 마치 7권 모두 읽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을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저자는 말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돈은 행복의 척도가 아니지만 돈의 부재 역시 행복의 척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세상의 가난은 한마디로 설명 될 수 없다. 제도 때문에 헐벗고 굶주릴 수도 있고 지도자 때문에 가난할 수도 있다. 열악한 자연환경때문에 도탄에 빠질 수도 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한한 연민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을 무조건 미화하지는 않았다. 그는 부와 빈곤에 대한 도덕적 판단도 가급적 자제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냄새가 난다면 그것을 거머쥔 인간의 손에서 냄새가 날 뿐이다.' 가장 통속적인 동시에 가장 철학적인 '돈'이라는 소재로 고전을 풀이했던 이 책은 어쩌면 나에게 고전이 아니라 행복의 척도를 알려주었을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에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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