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창녀 1,2>(갤리온,2006)를 보며 중세 베네치아에선 창녀가 불법이 아님을 알았다. 그 시대의 일반 부인들은 남자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얼굴을 마주 볼 수 없었으므로 창녀를 찾아가는 건 당연시 될 정도였다고 한다. 소설이었지만, 대부분의 팩션에 사랑이야기를 더했기 때문에, 시대상황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기회에 읽은 <네아이라 재판소동>(북북서,2008)은 제목만으론 어리둥절한 책이었다. 겉표지의 그림을 보면 남자들이 가득한 장소에 한 여자가 얼굴을 가리고 누드로 서 있었다. 아래쪽엔 '네아이라 재판 사건은 아서 골든의 '게이샤의 추억'보다 더 큰 반향을 일으키는 매우 특별한 이야기다.'라는 문구. 서서히 감이 오기시작했다. 인문학 서적인데도 불구하고, 흥미를 끄는 내용일 듯 싶었다.
네아이라는 기원전 4세기경 고대 아테네에 살았던 고급창녀다. 어린 시절에 유곽에 팔린 그녀는 사춘기 전부터 몸을 팔기 시작하여, 스무살이 넘어 창녀로서 가치가 떨어지자 다른 남자들에게 팔아넘겨진다. 그러나 운 좋게 단골손님의 도움으로 몸값을 치르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결국 스테파노스에게 정착하여 30년동안 함께 여생을 보내는데, 쉰 살이 넘은 그녀를 법정에 고소를 했다. 이유는 그녀가 아테네 시민법을 어겼다는 것.
네아이라의 재판은 소설이 아니다. 인문학 서적인만큼 재판에 제시되었던 자료와 그 시절의 검사가 주장했던 부분을 토대로 한다. 고소한 사람은 '아폴로도르스'. 그가 직접 자료를 제시하고 변론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네아이라와 스테파노스를 파멸시키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치 않았다.
'소송 중독 사회'였던 아테네에서 그녀는 정치적 희생양으로 법정에 끌려나와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르는 아폴로도르스의 독설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 유명한 재판 덕분에 아테네에대한 많은 자료가 아직 남아 있게 된다. 아테네 황금기의 역사와 정치, 문화와 풍속을 알게 되며, 재판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역시 정보를 얻게 된다. <네아이라의 재판소동>은 자료와 변론 위주이기 때문에 반복이 많고,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한 면도 있었다. 반면, 새로운 시대상 또는 그 시절에 일어난 유명한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
어릴때부터 고급창녀의 생활에서 자유인이 되었지만, 끝내 편안하지 못한 여생을 보낸 그녀가 안쓰러웠다. 확실한 진실과 거짓은 없고,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다. 저자역시 '일 것 같다.' 라는 추측을 보낼 뿐. 정확한 자료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남아있지 않다.
그녀의 정확한 인생이 정말 궁금해졌다. 그녀를 거쳐간 탐욕스러운 많은 남자들과 자신의 아이를 낳고도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주장해야 했던 한 많은 인생. 그녀의 재판에서 배심원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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